[해설이 있는 클래식]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 안드라스 쉬프

2013. 11. 11. 21:30아르티움 1.0/쉬프의 베토벤 소나타 강의

(c) Guardian unlimited

Beethoven piano sonata

No.17
d minor
op.31 no.2

The Tempest

Andras Schiff





(해설 듣기)


네 여기까지가 첫째 소나타였습니다. 베토벤이 늘 새로운 방향을 추구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그에 대한 대답을 이제 이어지는 두번째 소나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주 잘 알려져 있고요. 충분히 그럴만 합니다. 가장 잘 쓰여진 대작 가운데 하나에요. d minor 소나타. 템페스트라고 부르는데요. 왜냐하면 베토벤의 비서이자 자서전 기록가인 쉰들러가 베토벤에게 이 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베토벤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어보게"라고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거든요. 하지만 프로그램 음악은 아니에요. 전원 교향곡 같은 경우에는 부제가 적혀 있지요. Mehr Ausdruck der Empfindung als Mahlerei음향보다는 느낌으로. 전원 교향곡에는 그래도 새소리가 나오는데요. 나이팅게일 소리가 어딘지 알 수 있지요. 하지만 이 소나타에는 이러한 종류의 언급이 전혀 없어요.

여러분들 모두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알고 계실 줄 압니다. 아주 대단한 작품이지요. 하지만 이 곡과의 짝 지으려는 시도는 헛되다고 봐요. '이 부분은 소설의 어느 부분이다', '소설의 어떤 인물이다' 따위와 같은 것은 말이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의 베토벤 소나타의 깊이와 범위를 말해주고 있기는 합니다. 실존적인, 형이상학적인 주제들을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소나타를 어쩌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1802년에 말이지요. 도대체가 으뜸조에서 시작하지도 않아요. dominant 6th 코드에요. 이제 d minor 로 갑니다.

그리고 여기  첫째 전위에요.

라르고라고 적혀 있는데요. 이것 또한 굉장히 새롭습니다. 으뜸조에서 시작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템포에서 시작하지도 않아요. 3개의 다른 성격이 3개의 다른 템포 표시로 나타납니다. 이 소나타의 첫장부터 벌써 말이지요. 

베토벤이 직접 "페달"이라고 적어 놓은 점 또한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하모니 전체가 반드시 페달이어야 합니다.

이 코드에 페르마타가 있어요. 그 다음에 알레그로가 나와요. 새로운 템포, 새로운 성격입니다. 뭔가 긴급한 상황. 알라 브레베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잘린 네박자, 즉 원투 원투로 셉니다.

그리고 이 아주 불협한 코드에 아다지오라고 적습니다. 셋째 템포에요. 미니 레치타티보 느낌이 나요 

나중에 가면 보겠지만 아주 긴 레치타티보 패시지들이 나와요. 그래서 이 소나타를 "레치타티보 소나타"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템페스트 말고도요. 

자, 지금까지 라르고, 알레그로, 아다지오가 있었어요. 아다지오가 가장 느리지요. 라르고보다 느려요. 이제 다시 라르고로 돌아갑니다.

♬ 

아주 새로운 키에요. 페르마타. 다시 알레그로.

사실 이 부분에 오고 나서야 우리는 집에 온 느낌이 처음으로 듭니다. 으뜸조인 d minor 에 왔어요. 이제는 베이스에 만하이머 로켓과 같은 주제음이 나와요. 제 강연에 처음부터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만하이머 로켓은 이러한 종류의 주제를 말하지요.

하늘로 상승하는 3도 관계. 또는 이러한

자 

겨우 4개의 음 밖에 없지만요. 이러한 주제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제, 오케스트라 텍스쳐를 봐야해요. 아주 무거운 트레몰란도를 적어놨거든요. 모든 현악기들이 뜨르르르르르르르 연주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이 갈구하는 듯한, 절박하게 묻는 듯한 모티브가 나와요.

이제 도미넌트의 도미넌트에 도착했습니다.


피아노를 한참 넘어서 있어요. 베토벤 당시의 다른 악기들 뿐만 아니라 어쩌면 지금 우리들 세상의 악기들까지 떠올려야 할 정도에요. 베토벤은 오케스트라를, 철학을 생각하고 있어요. 더이상 피아노가 아니에요.


대단한 흥분, 생기입니다.


여기 이 부분은 20년 뒤, op.111에서 보게 됩니다.

이러한 이중 슬러와 diminished 7th 코드들.


자, 계속해 볼게요.


새로운 주제처럼 들리는데요. 맞아요. 나폴리탄 6도 코드에요.


하지만 이 음들을 보면요.

그리고는 조금 전을 떠올려 보면요.


같은 주제를 거꾸로 연주한 것입니다. 거꾸로 친거에요. 이건 그저 디테일을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베토벤이 음악, 과학, 수학에 신경을 써서 곡을 지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매우 메마른 과학이에요. 뜯어서 분석할 때만 알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음악을 제대로 들을 때에는 이런 것들을 잡아내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어쩌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일수도 있어요. 위대한 도널드 프란시스 토비가 말했듯이 "모든 것을 그 어떤 다른 것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는 있지만 사실 그들이 정말로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ㅎㅎㅎㅎㅎ

우리가 듣는 그것만이 우리와 연관됩니다. 우리가 듣는 것은 이러한 것.


베이스로 갔어요. 보통 피아니스트들은 이 부분을 포르티시모로 연주하는데요. 아주 잘못되었어요. 왜냐하면 피아노 속의 포르찬도여야 하거든요. 베이스로 가면 말이지요.


이렇게 해야 훨씬 더 위험해요. 더 위협적이에요. 오직 마지막 포르찬도만이 포르티시모에요.

여기 

이게 포르티시모에요.


그리고는 수비토에요. 갑작스러운 피아노.


이 작품은 베토벤이 쓴 유일한 d minor 소나타에요.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중에서도 없어요. 오직 꽤나 잘 알려진ㅎㅎ 9번 교향곡만이 그렇지요.


이 d minor 는 그 만의 중요성이 있어요. 모든 작곡가들은 상징들로 생각했는데요. 각각의 조성은 특정한 생각과 연결되어 있다고 봤어요. 베토벤의 d minor 는 따라서 실존적인 뭔가가 있어요. 여기서 베토벤이 어떻게 하는지를 한번 보세요.

이 짧은, 연결하는 모티브. 우리를 다시 제시부로 데려갑니다. 이게 뭘까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성 요한 수난곡. Es ist vollbracht (다 이뤄졌도다). 알토 아리아. 베토벤은 이 작품을 알고 또 사랑했어요. 인용하기까지 합니다. A major 첼로 소나타 op.69에 보시면요 

또는 op.110 A-flat major 소나타에도요 

이것들은 우연한 모티브들이 아니에요. 


자 

이제는 발전부로 가봅시다 

다시 꿈같은 아르페지오로 옵니다. 템페스트 소나타의 꿈같은, 철학적인 부분이에요. 따라서 이러한 꿈의 세계와, 또다른 현실의 세계가 있습니다. 바로 이거지요 ♬ 여기 지금, 현실, 현재에요.

다른 것은 

여기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쉼표가 적혀 있습니다 

훨씬 더 멀리 끌고 갑니다 

도무지 예상할 수조차 없는 하모니가 이제 나옵니다

꿈으로부터 잔인하게 깨워졌습니다. 현실로 왔어요. f-sharp minor. 으뜸조에서 굉장히 멀리왔어요 

이 부분에서 조금 더 연주를 해볼게요


발전부가 마무리됩니다. 엄청난 폭풍. 폭풍이 지쳐서 멈춥니다. 도미넌트에서요.

이제 레치타티보가 나옵니다 

소나타의 첫 부분이 반복됩니다. 그러다가. 페달은 눌러져 있고요. 모든 것이 헤엄칩니다

피아노와 셈플리체라고 적었습니다. 단순하게. 지나친 감정 없이. 다시 한번 여기도 프로스페로의 독백입니다. 

이제 다시 알레그로로 돌아옵니다.


여기는 사실 재현부인데요. 뭔가 아주 굉장히 우아해요. 재현부를 쓰는 혁명적인 방법이에요.

두번째 레치타티보 패시지가 피아니시모로 나옵니다.

출구로부터 멀고도 먼 f minor 로 멀리 나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다시 돌아오려는 것일까요.

저는 이 부분을 "소름"이라고 말합니다 ㅎㅎㅎ 아주 무서워요.

♬ a flat 인데요. 이어져 나오는 코드의 윗 성부와 동음을 이루지요.

a flat 과 g sharp 은 엔하모닉.

f sharp minor 에 왔어요.

이제는 g minor ♬ 벌써 sub-dominant 에요

이제야 도미넌트에 왔어요.


이 부분은 제가 다시 한번 연주해볼게요. 깨끗한 귀로 다시 들어봅시다.



이 첫 악장 전체는요. 이전의 소나타들과는 다르게 아주 길어요. 하지만 듣다보면요 심리적으로는 몇 초만에 끝나요. 아주 응축되었어요. 심리학적인 시간이 있지요. 어떤 것들은 길어 보이지만 어떤 것들은 금방 지나가지요.


모든 뛰어난 심리학적인 소나타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의 악장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어요. 따라서 그 사이에 쉬면 안됩니다. 누구도 기침할 기회가 없습니다 ㅎㅎㅎ 정말 죄송해요 ㅎㅎㅎ


첫 악장을 끝냈고요.

이제 둘째 악장은 미디언트인 B-flat major 에서 시작합니다. 연결이 들리시지요?

첫 악장 

둘째 

아주 아름다워요. 이 첫 마디는 아마도 첫 악장의 후기 느낌으로 넣었을 거에요. 함머 클라이버 소나타를 보면요. 느린 악장의 첫 마디는 나중에 더해졌었지요. 


이렇게 첫 마디에서 조성을 세운 다음에요. 아주 아름다운 아다지오가 3/4박자로 나옵니다.

♬ 원 투 쓰리 원

이 아름답고 어두운 소리들. 비올라, 첼로, 깊은 현들. 

모티브적으로 보자면 첫 악장을 이렇게 끝냈는데요 

f, d 는 3도고요 

이제 d, f는 톤을 끼고 있어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요. 토비를 언짢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요. 이 모든 것들은 제게 아주 중요해 보입니다.

3도 모티브가 관악기, 오보에와 같은 악기로 연주 되고요 

이제 현들이 대답합니다 

멜로디가 나뉘어져 있어요. 같은 악기로 연주되는 것이 아니에요 

간절히 원하는 멜로디, 엄청난 불협화음으로 되어 있어요.


이 어두운 색깔이 있지만요. 그럼에도 대단히 차분해요. 차분함. 쉬어가는 부분이에요. 두 개의 폭풍, 두 개의 템페스트 사이에서. 1악장과 3악장이 그것이지요.

팀파니 롤 같아요. 브르르럼 브르르럼 브르르럼. 모든 것이 멀리서 와요. 시각적으로 생각해보셔야 해요. 대단한 코랄이 이제 나옵니다.

언제나 템페스트를 상기시킵니다. 사라지긴 했지만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저는 이 부분만이 베토벤이 자신의 인간적인 따뜻함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봅니다. 돌체로 적어놨는데요. 이 아주 철학적인 악장이 갑자기 인간적인 따뜻함을 가지게 됩니다. 음악의 레토릭적 요소들을 생각해 봐야 하는데요. 말해진 것들이 있지만 또한 노래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노래하는 부분이에요. 노래하는 모티브.

제시부의 마무리.


네 마디 뿐이지만 우리를 다시 주제의 변주로 돌려주는 연결 역할을 해줍니다. 


op.26과 같은 앞선 소나타들에서 보았지만 4악장의 소나타 모습이면서도 그 어떤 것도 소나타 형식이 아닌 작품들이 있었어요. 이제 여기 우리는 3개의 악장이 모두 소나타 형식을 갖춘 작품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2악장은 발전부가 없어요.


이제 이 소나타의 마지막 악장, 매우 독특한 악장을 봅시다. 알레그레토라고 적어져 있고요. 따라서 그다지 빠른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보통 매우매우 빠르게 연주되곤 하지요. 말도 안되는 잘못이에요. 베토벤이 만약 뭔가 빠른 것을 원했다면, 우리가 다음 소나타에서도 보게 되겠지만, 그는 프레티시모 콘 푸오코라고 했을 거에요. 아주 빠르게, 불과 같이. 하지만 알레그레토는 빠르지 않아요. 불행하게도 우리가 사랑하는 칼 체르니 교수님, 우리가 잘 알다시피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베토벤의 가장 잘 알려진 제자, 이 분께서 우리에게 베토벤이 이 d minor 소나타의 피날레를 책상에 앉아 지을 때, 마차가 말과 함께 지나갔다는 증언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음악에서 말들이 뛰어가는 모습이 도대체 어디 있나요. 저는 이 증언을 믿지 않아요. 거짓말이에요 ㅎㅎㅎㅎ



말이 뛰어간다고 하면요. 저는 이런 음악이 떠올라요

이게 말이 뛰는거에요.


하지만 이거는요

이건 3/8 박자이고요. 멜랑꼴리한게 있고요. 하지만 나중에 나오지만 아주 드라마틱하고 템페스트적이에요.

아주 중요하게도 처음 네 개의 마디에서 베토벤은 두번째 음표를 늘 누르고 있어요.

보이시죠?

피아니스트가 만약에 이 마디들을 페달을 밟고 친다면요. 그건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말지요.

베토벤이 적어놓은 텍스쳐가 들리지를 않아요.

그리고는 나중에 베토벤은 텍스쳐가 변하는 부분을 명시해요. 페달이 있어야 하는 마디와 없어야 하는 마디를 적어놨어요. 제가 한번 보여드릴게요.


여기 


아홉번째 마디부터 새로운 컨셉의 소리에요. 악장 전체가 아주 미세한 방해만 빼고는 페르페툼 모빌레에요. 따라서 악장 전체에 나오는 비슷한 움직임이 있어요. 여기가 작은 방해를 가리키는데요 

이 두개의 느낌표와 반음계. 아주 아파요 


이제 둘째 주제에 왔습니다.


여기는, 2개 음표로 된 슬러를 거의 집착적으로 반복하는 부분이에요 

따라 따라 따라 

첫 악장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보이시죠? 베토벤에서 생각의 발전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를요.


자 이제 


불협음들 위의 포르찬디에요 ♬ 


제가 이 모든 것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요. 말이 뛰는 모습이 없다는 거에요 ㅎㅎ 너무 미안하지만요.


자 이제 발전부를 보면요. 여기서도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떠올리게 합니다.

주제와 전위. 이중대위로요. 바흐의 인벤션이나 푸가처럼요.


다시 한번 거대한 구조에요. 소나타 형식이고요. 베토벤의 소나타 중에서 그의 위대함이 잘 나타나요. 마지막 악장이 그 전 악장들만큼 위대하거든요. 이 소나타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나요. 베토벤은 소나타의 균형을 잡을 줄 알았어요. 마지막 악장이 무게를 짊어지고 있어요. 후기 작곡가들, 슈만, 브람스, 슈베르트와 같은 작곡가들을 보면요. 특히 슈베르트에서는 마지막 악장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말을 하기 정말 죄송하지만요.ㅎㅎ


베토벤은 그래서 조금 더 위대하다고 봐요. 미안해요. 베토벤 전의 작곡가들과 비교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이든이나 모짜르트에는 그런 경우가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베토벤은 거대한 마지막 악장을 지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해요. 곡 전체의 무게와 균형을 짊어지고 있어요. 자주 이 마지막 악장이 저울의 한쪽을, 그리고 나머지 악장이 나머지 한쪽을 맡게 되지요. 완벽한 균형의 상태로요.


이 소나타의 마지막만 이제 봅시다.



곡을 마무리하는 방법 중 가장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곡의 처음도 마찬가지였고요. 늘 반-교리적이에요. 멜랑꼴리한 주제가 나오는 이 곡의 클라이막스를 보셨지요? 꽉찬 영광으로 분출되는 부분. 셋째 느낌표.

가장 깊은 절망을 재현하는 부분입니다.


이 소나타가 끝나고 나면 저는 늘 마음이 그럽니다. 몇 초간 침묵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몇몇 공연장에서는 객석에 늘 아주 똑똑하신 분들이 계셔요. '나 이 작품 알아. 이제 끝났네' 하면서 

"브라-보"

ㅎㅎㅎㅎㅎㅎㅎ


우리 연주자들은 늘 이러한 박수 갈채를 소중하게 여깁니다만은.. 이러한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보다 더 잘못된 것일 수 없어요. 


자, 이제 물 한 잔 좀 마실게요.


고맙습니다.


(박수)



ⓒ ㅇㄹㅌ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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