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포토그래피란 무엇인가 제 2편 : 실제 촬영 방법

2018. 11. 21. 21:42아르티움 1.0/스트리트 포토그래피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란 무엇인가 제2 편 : 실제 촬영 방법

혹은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기

 

앞선 글에서 우리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특성으로 우연성, 즉흥성과 더불어 마주침과 내적 성찰이 동시에 얽혀 있는 장르라는 것을 보았다 (2018/11/21 - [곡선/사진] -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실제로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촬영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뛰어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인 앙리 까르띠에-브레송이나 조엘 메이어로비츠 (Joel Meyerowitz) 또는 쏠 라이터 (Saul Leiter)의 글과 인터뷰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촬영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하나씩 드러난다.

 

우선 첫째로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는 도시의 길 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일반 도로 (road)나 시골의 작은 길 (pathway) 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장소에서 이뤄진다. 도시의 길, 스트리트는 역동적이며 다른 사람들과 수없이 마주치고 지나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특수한 장소다. 실제로 메이어로비츠는 최근 그의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강좌에서 자신은 사거리를 매우 선호한다고 밝혔는데 왜냐하면 사거리는 다양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다니면서 서로 가까이 스쳐가기 때문에 흥미로운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바쁘고 역동적인 스트리트 위에서 벌어지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는 오히려 찍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좋은 사진을 찍기 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무한에 가까운 장면들이 끊임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는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게 되며 자칫하면 집중력을 잃게 된다.

 

 

 

파리, 1967. (조엘 메이어로비츠)

 

 

 

이러한 어려움들로 인해 실제로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촬영에 임하는 자세는 다양해진다.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방식은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어떤 포토그래퍼는 디지털카메라의 역량에 힘입어 수없이 많은 사진을 마구잡이로 찍어내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나중에 편집 작업을 통해서 좋은 사진을 추려낸다는 속셈이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앙리 까르띠에-브레송이 말하는 "사냥꾼"의 예술을 따르기보다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잡식성 맹수의 방식과 유사하다. 일단 많이 찍고 보자는 자세는 촬영뿐 아니라 사진의 선별 과정에 드는 에너지와 시간의 소모가 너무 클뿐더러 스트리트 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가기보다는 내 결과물을 위한 먹잇감에 지나지 않으며 긴 시간을 두고 볼 때 그 결과물들은 깊어지지 않고 겉멋만 들기 마련이다.

 

사람 대 사람으로 낯선 이를 찍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적으로 사진을 찍히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그들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는 그 자신부터 사람이며 사람 대 사람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하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피가 만약 관계를 무너뜨리는데 일조한다면 그것은 본연의 역할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촬영 시 사진이 찍히는 것을 감지한 행인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무심히 넘어가는 사람, 포즈를 취해주는 사람, 무슨 짓이냐며 따지는 사람,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이 각각의 경우에 대해 일반적인 해결책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만이 가지는 또 다른 특징이며 촬영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각 경우는 그 자체로 특수하기 때문에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에게 요구되는 직관은 단순히 예술적인 구도와 사진을 찍어낼 수 있는 미적 직관뿐만 아니라 지금 내 앞에 마주하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수 있는 인간적인 직관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솔 라이터 (연도, 장소 미상)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솔 라이터의 경우 피사체/행인과 굉장히 멀리 떨어져서 찍기를 선호했다. 물론 이와는 극단에 있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도 있다. 브루스 길든 (Bruce Gilden)이 한 예시인데 그는 휴대용 플래시를 따로 들고 다니며 극도로 가까이서 행인들을 촬영하는 방식을 취했다 (실제로 그의 사진집 중 하나는 제목이 "In Your Face" 이기도 하다). 만약 길든의 사진들이 사람 대 사람으로서가 아닌 먹잇감으로서 행인들을 가까이서 찍어냈던 것이라면 그의 작품들은 예술적인 가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길든의 작품들은 마이너 한 사람들 (그는 실제로 Underdogs라고 표현했다)의 삶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그러면서도 매우 효과적으로 잡아냈다는 점에서 그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 까르띠에-브레송이 주로 35mm로 보통 인간의 눈으로 보는 가장 유사한 장면들을 통해 인간에 대해 접근했다면, 솔 라이터는 더 멀리서 바라본 인간의 깊이, 그리고 길든은 더 가까이서 본 인간의 깊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들의 사진들은 예술성을 공유하고 있다.

 

 

 

뉴욕 (브루스 길든, 연도 미상)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는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점에서 그 촬영상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낯선 사람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자칫하면 굉장히 공격적인 행동이나 위협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브루스 데이빗슨 (Bruce Davidson)이 말하듯이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본질은 사적인 영역 (privacy)에 대한 마주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숨어 있듯이 도사리며 촬영하는 것은 오히려 이러한 낯섬을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낼 뿐이기 때문에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는 군중에 섞여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어느 장소를 찍기 전에 항상 그 장소를 하루나 이틀 정도 걸어 다니며 최대한 그 장소의 리듬과 색깔을 익히려고 한다. 그러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나는 그 장소에 어울린 상태에서 그 장소와 그 안의 사람들을 낯설지 않게 찍어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를 위한 카메라는 위협적이지 않아야 한다. 까르띠에-브레송이 말하는 "사냥꾼"으로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는 먹잇감을 노리는 죽음의 사자가 아니라 인간성의 깊이를 순간적으로 낚아챌 수 있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리키는 것일 테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는 예술가이기 전에 사진가이며, 사진가이기 전에 사람이며, 사람이기 전에 이웃과 더불어 사는 이웃이다. 그러한 삶의 깊이를 그려내는 작업으로서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2018. 11. 21. Mersch 에서]

 
 
 
 

Venizia, Italia. 2018. Hexar 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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