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 <파리 일기> Journal parisien 1981-1982, 페르낭 슈테펜 Fernand Steffen의 파리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2019. 7. 16. 00:45아르티움 1.0/스트리트 포토그래피

 


1953년 룩셈부르크에서 태어난 페르낭 슈테펜Fernand Steffen은 알려져 있지 않은 사진작가다. 그는 1977년부터 1983년 사이 파리의 소르본 대학에서 예술사를 공부했고 룩셈부르크에 돌아와서는 고등학교의 예술 교사를 역임하는 등 어찌 보면 굉장히 평범하게 살았다. 내가 룩셈부르크 대학교의 도서관에서 찾은 이 사진집은 그가 1981년과 82년 사이 파리의 길거리를 거닐며 담은 사진들을 모아 놓았다. 톨비악, 소르본, 생미셸, 마레, 씨떼 U... 이십 대 후반의 눈으로 본 당시 파리의 모습을 소박하게 담은 사진들. 올해 은퇴한 룩셈부르크 대학교의 예술학 교수 폴 디 펠리체Paul di Felice는 이 사진집의 서문에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케르테츠 식의 "몰입", 까르띠에-브레송 식의 "결정적 순간들", 게다가 아트제가 사랑한 서정적인 시선들 나아가 로버트 프랑크나 윌리엄 클라인의 세심한 리듬까지... 이 모든 것을 자기 식으로 담은 슈테펜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이미지의 이전과 이후에 언제나 사진이 있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폴 디 펠리체, 서문 중에서)

 

실제로 약 90여 장의 작품을 담은 이 사진집 (<파리 일기>) 속 슈테펜의 사진들을 쭉 살펴보면 장단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동시에 그의 스타일도 은근하게 형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먼저 그는 롤레이 플렉스Rolleiflex SL35(28mm)와 라이카Leica R3(50mm), 그리고 아그파 포켓Agfa Pocket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나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매우 좋아한다. 아그파 포켓의 휴대성은 때로는 실용적이기도 하면서 롤레이와 라이카의 디테일은 때로는 정교한 작업에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여러 초점거리를 사용함으로써 때로는 사람의 눈과 같은 가장 자연스러운 장면을 (28-35mm), 때로는 약간 떨어진 사색적인 시선을 (50mm) 담을 수 있기에 파리라는 도시가 가진 리얼리즘 적인 요소와 몽상적인 요소를 모두 포착할 수 있는 좋은 구성이라 하겠다.

 

 

전반적으로 그의 사진들은 따뜻함을 잃지 않았는데 이는 비단 피사체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예의를 지키는 자세를 통해서 드러날 뿐만 아니라 그가 선택한 피사체들의 성격으로 인해 더욱 두드러진다. 외로워 보이는 어느 한 사람을 담을 때일지라도 항상 그의 작품에는 옆에 묵묵히 서 있는 나무 또는 비어있는 옆 벤치의 자리와 같이 가상의 대화자가 반드시 들어가 있는데 이는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작품에 생기를 더할 뿐만 아니라 근원적인 외로움 속에서도 언제나 대화의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단순하지만 힘을 가진 느낌을 전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스타일이 아직 완전히 무르익지 못한 부분들도 동시에 드러난다. 그의 작품들은 일종의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하는 면이 있다는 점이 일종의 일방 통행적인 해석을 유도하는데 이는 파리라는 도시가 지닌 그 자체로서의 클리셰적 상징성과 결부되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의 답답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한다. 학업을 마치며 예술가와 교사라는 직업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리고 소박한 룩셈부르크를 떠나 분주한 파리의 모습을 담는 평범하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20대 후반의 어느 청년의 눈을 통해 드러나는 파리의 어느 단면은 이렇게 머뭇거림과 꿈의 긴장을 영원히 간직될만한 순간으로 포착해내려는 어떤 마음의 흔적들이 아닌가 싶다. (Imprimerie Centrale s.a., Luxembourg, 총 176쪽).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