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로 듣는 클래식] 베토벤 소나타 23번 '열정' - Andras Schiff

2011. 7. 28. 10:28아르티움 1.0/쉬프의 베토벤 소나타 강의


2010/07/25 - [♬/Andras Schiff] - [해설로 듣는 클래식] (1)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8번



Beethoven
Piano Sonata no.23
f minor
op.57
'Ap/passionata'

ⓒThe Guardian, Andras Sch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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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쉬프: 이제 우리는 f 마이너 소나타를 볼 차례 입니다. 서양 음악 최고의 작품 가운데 하나죠. 베토벤 것 가운데서 뿐만 아니구요. 아주 유명한 곡이지만, 저는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큰 감동을 받고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너무 대단한 곡이죠. '열정' 이라는 이름은 작곡가가 직접 붙인 것이 아니고 출판가가 붙인 이름인데요. 베토벤이 반대하지는 않았죠. 제 생각에는 '열정' 이라는 이름보다는 '비극' 소나타라고 부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sonata tragica. 왜냐면 그리스 비극과 같거든요. 엄청난 비극으로 끝나거든요. 카타르시스도 없고 해가 나오지도 않아요. 물론 중간 악장의 d플랫 매이저 변주 모음에서 잠깐 해가 뜨긴 하지만요. 컨셉은 다시 말하지만 굉장하구요. 두 개의 큰 악장이 있구요 f 마이너로, 그 사이에는 주제와 변주인 d플랫 매이저 변주 모음이 있어요. 곡은 통째로 이어지죠. 2악장과 3악장은 중간에 멈추지 않아요. 이건 베토벤이 이미 발트슈타인 소나타에서 선 보였죠. 피날레가 중간 악장에서 바로 이어졌죠. f 마이너조성의 느낌은 이미 베토벤에게 익숙하죠. 1번 소나타를 볼까요?



op2 no1 이죠. 1794,5년도 작품이죠. 이 곡에 대해서 이미 제가 자주 말씀 드렸죠? f 마이너 소나타이면서도 처음 시작부분이 만하이머 로케트잖아요.ㅋㅋ



만하임 학파의 작곡가들의 특징이죠. 지금 우리가 볼 소나타는 좀 다르게 시작해요. 베토벤 소나타 작품 가운데 정말 호소력 있는 도입부분이면서 또 중요한건 피아니시모로 시작한다는거죠. 베토벤 소나타 작품가운데 피아니시모로 시작하는 작품이 얼마나 많은지 신기하죠. 사실 포르티시모로 시작하는 곡은 딱 하나에요. 함머클라이버죠.



딱 이거 하나죠. 포르테로 시작하는 것도 꽤 있지만 대다수가 피아니시모로 시작해요. 미스테리하죠. misterioso.



 이게 그 모습입니다. 멈추기 싫었어요. 차마 그럴 수 없는 부분이죠. 자 이제 디테일을 살펴보죠. 중요한건 시작부분의 유니슨이에요. 두개 성부가 옥타브로 이루어져 있죠. 그래서 더욱 위험하게 들려요. 극도의 위험. 그런 느낌이에요. 아주 나쁜 일이 생길 것만 같아요.



 

이 트릴마저도 바람에 날리는 마른 잎들 같아요. 다 의문스럽게 물음표로 끝나요. 여기에 베토벤은 allegro assai 꽤나 살아있듯이 치라고 하지만 박자는 12/8이죠. 뢌따따 따따따 따따따 따따따 이렇게 가죠. 이건 정말 중요해요. 제가 이 소나타를 연주할 때마다 아니 연주하기 전부터 제 심장은 이미 저 박자로 뛰고 있답니다. 여러분들 대부분은 이 작품을 잘 알고 계시겼죠. 실험해보고 싶진 않지만, 사람들에게 이 소나타 도입부가 어떻게 되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하죠. 

(입으로 흉내)

아니에요. 리듬을 몰라요. 이 곡은 날카로운 리듬이에요. 곡의 첫 부분이 도입부가 아니고요. 본격적인 시작은 여기죠.



 물론 곡은 첫 음표로 시작하죠. 당연한 말 같지만 그게 쉽지가 않아요. 이 곡을 해석하는 건 피아노 음악 가운데 제일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에요. 전체로 묶는 것이 어려워요. 모든 요소들을 말이죠. 12/8 리듬이 중요하고요. 14번째 마디에 무슨 일이 일어납니다.



이 모티브. '운명' 모티브죠.



하지만 이 곡에서 이 모티브는 드러난 운명이라기보다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운명이에요. 처음 부분에 나폴리탄 화음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반음을 올리죠. ♬
이게 나폴리탄 6도 화음입니다.

이건 이 소나타를 흐르는 아주 독창적인 특성이에요.

♬ 반음을 올리죠.

발트슈타인에서의 아이디어를 뒤집죠.

♬ 한음을 내리죠.

열정에서는 거꾸로죠. 내리는게 아니라 올리는거니까요.



poco ritardando. 그 다음에 이 처음 화산과 같은 폭발이 일어납니다.

그 다음에 진짜 폭발이 꽉 찬 오케스트라로 나옵니다. ♬

여기서도 이 모든게 무작정 일어나는게 아니에요. 12/8에 정확히 맞춰서 일어나죠. 랏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ㅏㄷ



베이스는 반음 내려가요. 결과 우리는 전혀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 문을 계속 두드리네요. 얍빠빠바바바바ㅏ바바바바바 ♬

이 부분은 최고의 활력을 가진 음악이에요. 





폭풍이 좀 잦아들었네요. ♬
아직도 비트가 남아 있어요. 12/8. 그리고 이 두번째 주제가 새로운 주제 같지만 메인 주제와 아주 관련이 있어요.
거의 평행 메이저를 전위시킨거로 볼 수 있어요. ♬
자 우리가 이제 평온한 상태에 들어가기 직전에 베토벤은 잠깐 방해를 하죠.
그리고는 놀래켜요!
그리고 a 플랫에 다시 나폴리탄 6도 화성이 나오고요.
여기가 너무 어려운 부분이에요. 왜냐면 이처럼 시간이 멈춰버린 부분이 있거든요. 그냥 자유 카덴차도 아니면서 중간에 쉼표를 느껴야 해요. 이 패시지는 저한테는 귀신같은 느낌이에요. (하강하는 패시지를 말함) 여긴 molto legato 인데요. 아무런 크레센도도 없어요. 아무것도.



폭풍이 또 와요.




이 소나타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와 관련이 있다고 봐요. d마이너 소나타처럼요.

자 여기가 도입부 끝이구요.
이제 발전부가 들어갑니다. 화성에 따라 변화가 생겼네요. 피아노 위에서 a플랫은 g샵과 같은데요. 우리 피아니스트들은 언제나 음을 벗어나서 연주하죠. (웃음) 여러분 머리속에 계속 이 아름다운 변화를 느껴야 해요.

♬♬

네. 계속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요. 제가 멈춘 바로 이 부분이 중요해요. 새 주제가 나와요. 베토벤 소나타 이런 부분들이 멋져요. 베토벤의 사람 냄새가 나는 부분이죠.



d플랫. 아주 중요한 키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f마이너와 3도 관계죠. 이 소나타에서 d플랫은 아주 중요했죠? 운명 모티브 기억나죠. 자, 여기서 d플랫 메이저에서 점점 올라가요. 베이스 음을 꼭 들으세요. 맨 위 멜로디 음만 듣지 마시고 밑을 받쳐주는 베이스 음들이 어떻게 진행하나 보세요.



여기서 너무도 아름다운 2주제가 들리구요. 베이스가 2개의 옥타브를 통째로 걸어올라가요. ♬ 들리세요? 베이스 올라가는 것! 아직도 올라가요! 여기까지! 2개의 옥타브 통째에요. 대단한 등산이죠.
그리고 나서 dim7th 코드를 치네요. 페달을 너무 아름답게 써요. 그는 페달을 위해서 작품을 쓴 첫 작곡가에요. 직접 표시를 해놨는데 절대 마음대로 바꾸면 안됩니다. 놀라운 소리거든요.



d플랫이에요. 이 운명 모티브. 처음에는 피아니시모였는데 여기에는 아포칼립 같아요. ♬
여기가 재현부입니다.
시작하면서 제가 12/8 의 박동을 느끼라고 했죠? 여기에 분명하게 베토벤의 뜻이 드러납니다. 베이스가 계속 뛰죠.



반음 올라가구요. ♬

여기서는 메이저로 바뀌고요. 재현부를 다 살펴보고 싶진 않구요. 꽉찬 에너지와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전 이 부분에 오면 꼭 심장마비가 떠올라요. 만약 콘서트 도중에 심장마비가 저에게 일어난다면 마무리로는 제격이죠 (폭소) 아 절대 그러고 싶다는건 아니고요. 하지만 병원에서 죽는 것보단 낫죠.ㅋㅋㅋㅋ
자, 여기서 다시 판타스틱한 코다가 나와요.



d플랫 메이저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너무 좋아하네요 ㅎㅎ.



여기까지 오면서 꼭 구조가 해체된 느낌이에요. 운명 모티브까지 쭉 내려왔죠.



마지막 폭발! ♬ (깜짝이야)



아직도 12/8 비트가 있어요. 최후의 심판 같아요.



아포칼립틱 한 장면이에요. 심판의 날 dies irae 같은 느낌이에요. 모든 f음을 치죠. 베토벤 키보드라는 걸 잊으면 안돼요. 그 때 피아노는 더 작았거든요. 지금은 더 길어졌죠. 근데 음악이 좋아지진 않았어요. (웃음)
자, 폭풍이 지나가고 이제 평온이 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잔잔한 고요. 그 아름답기 그지없는 주제에요.2악장 ♬

andante con moto. 걸어가는 박자로. 너무 느리진 않게. d플랫 메이저구요. 아주 간단한 주제에요. 첫 8 마디에서 딱 두개 음만 쓰죠. 하지만 여기서도 베이스를 잘 봐야해요. 붓점 리듬에서 행진하는 느낌이 있어요. 거룩한 행진. 첫 8마디가 다시 이어져요.



여기에서는 어두운 화음이 나요. 피아노 맨 밑 부분을 쓰죠. 첼로나 더블베이스, 트럼본 같은 낮은 소리가 나요.



아주 거룩한.
주제와 3개의 변주 그리고 코다로 이루어져 있어요. 2개 중요한 경향이 있는데요. 하나는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거에요. 점점 밝아져요 마지막 변주까지 가면서요. 해가 떠오르는 느낌이죠. 다른 경향은, 큰 음가에서 작은 음가로 간다는 거에요. 처음에는 4분음표죠.



첫 변주에서는 8분음표가 되죠. 오른손은 스타캇토 왼손은 레가토에요.

♬ 완 투

아직도 어둠이에요. 둘째 변주는 더 밝아지네요. 16분 음표로 molto legato.



마지막 변주는 비로소 밝은 곳으로 나온 느낌이에요. 32분음표.

 


이 격한 감정이 끝나고 나면 에필로그가 나와요. 주제의 부분들을 모아서 다른 음역대에 놓죠. 베토벤 음악에서 항상 놀라운 건 피아노가 피아노처럼 소리나지 않는다는 거에요. 저도 그러지 않길 바라요.(웃음)  항상 상상해야 해요. 현악, 관악, 목관악기들을요. 누군가 이 소나타들을 지휘했으면 좋겠어요. 피아노로 연주되기 정말 좋은 곡이지만, 리허설 충분히 안한 수많은 사람들이 연주하는 것보다 듣기 좋거든요. (웃음) 자 이제 이 악장의 끝부분을 보죠.

♬ 관악, 목관, 첼로, 다시 목관

이게 우리가 예상하는건데요. 이렇게 끝나지 않죠.ㅎㅎ
마지막 음. 아르페지오와 페르마타가 있어요.
다시 위험에 빠지죠.
왼손은 아르페지오 오른손은 코드에요. seco. dry. 라고 써놨어요.



최후 심판의 트럼펫.

마지막 악장은 allegro ma non troppo 너무 빠르게 치지 말 것. 이건 체르니가 아니에요. 위대한 작품이에요. 너무 빠르지 않게 치다가 마지막 presto 에 이르러서 그러니까 모든 언어가 무너지고 하나가 되는 부분에서야 가능해요. 감당할 수 없는 긴장을 형성하죠.

♬♬

따까따가따까따가따까따가따
빨라지지 않게요. 여기서 베토벤의 천재성이 나와요. 모든게 다른 것들과 관련이 있어요. 첫 악장에서 나폴리탄 변화 기억나시죠? 여기서도 나와요. ♬ 같은 연결이죠.
방금 perpetuum mobile 끝없는 움직임 이 있었죠. 하지만 한숨 소리 숨소리가 들려요.



짧은 음들 뒤에 숨겨진 메인 모티브를 찾아내셔야 해요. 첫 악장서처럼 이 소나타에는 반복되지 않는다는게 중요해요. 반복이 없다는거죠. 전통적 소나타에서는 반복이 있거든요. 베토벤은 이 전통을 무너뜨려요. 새로운 방향을 추구했다는거죠. 첫악장에는 전혀 반복이 없었구요. 마지막 악장에도 없어요. 반면에 발전부와 재현부는 반복되는데요. 이건 소나타 op54와 같아요. ♬ 다시 한 번 여기서도 흥미로운 비율이 나와요. 첫 부분은 짧고 뒷부분이 길고 장대하죠.

다시 연주를 이어갈게요.



새로운 모티브에요. 첫 악장과 똑같은데요. ♬ 거기서도 새로운 주제를 소개한 것처럼



바흐의 2성 인벤션과도 같아요. 중간에 유니슨으로 매듭짓고요. ♬



재현부이구요. 아까 말씀드린 귀신 나올 것 같다고 한 패시지 기억하시나요? 하강 패시지 ♬ 여기서도 다시 나왔죠. 피아니시모이구요 크레센도 없어요. 페달을 놓고 잡고 하는 표시도 다 나오죠. 한 페달로 쭉 가요. G에서 놓고요. 다시 도미넌트에서 페달을 잡죠. ♬

forzando. 나폴리탄 화성이구요. 다시 발전부와 재현부를 반복하고요. 마무리가 비극적이에요. 아첼레란도에요. 점점 빨라지고 크레센도로 새로운 주제가 나와요. 헝가리안 차르다스 같아요. 차르다스 마카브르. 리스트 작품 이름도 있는데요. 죽음의 무도라고 하죠. 재현부 마지막을 연주해볼게요.



네. 이게 이 놀라운 작품입니다. 영원히 우릴 놀라게 할 곡이죠.


전곡 듣기.
발렌티나 리시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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